해마다 가을이 시작되면 나는 서둘러 국화 화분을 산다
큰 화분에 소국이 한아름 심긴 것을 구하여 거실 햇빛 밝은 창가 한편에 올려놓고
꽃이 시들어지기 전에 두어 달 바라보는 것이 일상의 즐거움이다
국화가 시들어 갈때쯤이면 빨간 포인세치아를 대신 창가에 올려놓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화원에 국화가 나오자마자 아직 꽃이 채 피지 않아 봉오리만 잔뜩 달린
내 두 팔로 한아름이 되는 제일 큰 소국 화분 하나를 들여왔다
노란색이 제일 밝고 화사해 좋으나 노란색이 없어서 부득이 엷은 보라가 섞인 것을 사 왔다
아파트라 뜰에 심긴 국화처럼 진한 국향은 별로 없으나 그래도 코끝을 대고 맡아보면
국향이 은은하게 조금은 스며온다
내가 국화를 좋아하는 것은 은은한 국향도 좋지만 국화꽃이 화려하지는 않으나 소박하고
어쩐지 고결한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다
그건 아마도 옛 선조들의 글이나 그림에 사군자로 등장하던 국화의 이미지와
시골집 뜰에서 흔히 보던 친근한 이미지이기도 하고
산야 여기저기에 피어있던 소박한 색깔의 들국화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 어릴 적에 어머니는 가을 햇살 좋은 날에 한지로 문종이를 갈면서 손잡이 부근에다
국화꽃과 잎을 넣고 한지를 두 겹으로 하여 국화꽃이 은은히 비치도록 멋을 부리셨다
한국서 살 때는 해마다 덕수궁 뜰에서 열리던 국화 전시회에 꼭 가곤 했었다
잔잔한 국화에서부터 아기 머리만 한 큰 국화까지 온갖 기술을 부려 여러 가지 모양으로 연출한 국화들로
덕수궁 마당은 그야말로 국향 가득한 국화 한마당이었다
화려한 장미는 그 향에 너무 취하고 순결한 백합 또한 그 향이 너무 짙어 머리가 어지러워
금방 싫증이 나지만 국화는 소박한 꽃과 은은한 향기 때문에 질리지 않는다
향기는 살아있는 생명에게만 있는 좋은 냄새다
만약에 꽃이 시들거나 말라버리면 향기 또한 시들고 말라 사라지고 만다
“우리는 구원받은 자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고후 2: 14)
그리스도 인에게는 예수 냄새 즉 향기가 나야 한다
예수 냄새는 예수님과 연합되었을 때 내 속에 예수의 생명과 사랑이 있을 때 저절로 풍겨 나오게 된다
만약에 우리에게 예수 향기가 없다면 우린 생명 없는 죽은 사람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너무 강하여 어지럽거나 질리지 않게 은은한 국향 같은 향기를 풍기는 그리스도인이 되어보자
내 가정에서 내 교회에서 내가 속한 사회에서 우리 각자 그리스도의 향기가 될 때
우리 주님의 능력이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켜 주실 것이다
'나의 글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6.내 삶 속에 흐르는 하나님의 은혜 (1) | 2023.05.25 |
---|---|
5.나이 들어 걱정거리 (0) | 2023.05.25 |
3.무거운 것이 싫다 (2) | 2023.05.25 |
2.온라인 예배를 드리면서 (2) | 2023.05.25 |
1.밥을 푸면서 (0) | 2023.05.25 |